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따른 이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한국을 위해 목숨바친 선교사들의 고귀한 정신
선교사 가족들 포함 143명 이 땅에 잠들어 있어

 한국 선교의 개척자 언더우드. 그는 1885년 4월 5일 부활절 26세의 나이로 한국에 들어와 기독교 전파가 힘썼다. 언더우드와 함께 초기선교의 공이 큰 아펜젤러 역시 배재학당을 세우고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독립정신을 키워주었다. 아펜젤러의 뒤를 이어 그의 후손들은 한국에서 교육선교사로 헌신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다. 그들의 영향으로 에비슨, 무어, 레이놀즈, 테이트, 리 선교사 등 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 복음은 물론 교육, 의료의 혜택이 전해지면서 한국 사회에는 의식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한국 선교 100년이 지난 오늘날 목숨 바쳐 선교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묻힌 양화진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고난주간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은 선교사들의 고난과 나눔을 되돌아보기 위해 합정동에 위치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았다.
 양화진은 조선시대 양화진 나루터를 수비하던 양화진영이 있던 곳으로 1890년 의사로 한국에 왔다가 이질로 사명한 J.W 헤론이 안장되면서 외국인 묘지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조선말 고종 때부터 한국을 위해 일한 언론계·교육계·종교계 외국인 인사의 묘도 있다. 그래서 묘원에서 만나는 첫 묘비가 대한매일신보를 만든 토마스 베델의 것이다. 여기에는 이화학당을 설립한 스크랜튼, 세브란스의대를 세운 더글라스 B.에비슨, 4대에 이르는 언더우드 가, 한국의 은인으로 추앙받는 헐버트 박사 등 17개국에서 온 선교사와 가족 143명이 잠들어 있다.
 특히 헐버트는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으며, R.캔드릭은 ‘나에게 천(千)의 생명이 주어진다 해도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리라’는 말을 남기고 이곳에 묻혔다. 묘원을 돌다보면 “여기 주를 사랑하는 종이 세상의 삶을 마치고 누워있다”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인의 영혼을 어루만지다 숨진 아무개가 여기 누워있다” “우리는 결코 한국인을 위해 쏟은 당신의 사랑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묘비마다 새겨져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또 하나같이 평토장이고 희미한 봉분이 형태만을 드러낸 묘가 많아 고향을 떠나 낯선 이국의 땅에서 묵묵히 희생하다 순교한 순교자들의 정신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한켠에는 복음전파를 위해 한국땅을 밟은 선교사들의 어린 자녀들이 묻혀있는 곳이 있어 인류를 위해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희생시킨 하나님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지금의 공원 형태로 자리잡기까지 오랜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한때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는 우범지대로까지 전락했던 이 곳은 1985년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의 선교기념관 건립을 시작으로 이국적인 공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이 잠든 이 곳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됐던 것을 기억하면 선교사들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 뿐이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그마한 나라, 한국을 찾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던 선교사들을 기억하며 고난 주간을 의미있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www.yanghwajin.net)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

사진설명=①한국기독교가 100주년 맞아 1985년 지은 선교기념관과 깨끗하게 정비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②‘천번의 생명이 주어져도 한국에 모두 바치겠다’는 말을 남긴 R. 캔드릭 선교사의 묘비.③이곳은 한국을 위해 목숨바친 선교사들의 자녀들도 묻혀있다.④외국인 묘원의 첫 안장자 J.W 헤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봉사자